자신이 신뢰하는 사람에게 운전대를 맡기고 비 내리는 창밖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할 뿐.
아주머니 한 명과 소년 한 명이 주춤거리며 주변을 맴도는 거다.기적을 믿는다고 하면.
부끄러움을 너무 타서 얼굴도 못 드는 남중생을 데리고 엄마가 버스정류장까지 왔던 거다.라며 그림으로 가득한 공책을 내미는 거다.이 삶에서 안식을 얻기가 어려운데.
어딘가 깊은 곳이 상처 입었는데.잘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구도 시들고.
누군가 한국에만 수십 명이라는 자칭 구세주를 믿는다고 할 때.
분발할 체력이 고갈된 영혼은 이제 울고 싶다.수많은 그림마다 어린 얼룩말 같은 제목들이 낭자한 거다.
자칭 엘리트들이 모여 자청해서 무책임해지는 사회에서.그들이 기적을 애타게 바라게끔 했던 생의 조건에 대해서.
기적을 믿는다고 하면.그러나 다 큰 어른은 함부로 울지 않는 법.